아버지가 그랬다, 시란 쓸모없는 짓이라고. 
어느 날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기왕이면 시작했으니 최선을 다해보라고. 
쓸모없는 짓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게 나의 슬픔이고 나를 버티게 한 힘이다. 

- 손택수, 『목련 전차』의 자서

첫눈

  • 초딩 5학년: 선생님은 눈이 좋아요? 
  • 맨눈선생님: 나 노안 있는데. 
  • 초딩 5학년: 전 겨울에 태어나서 눈이 좋아요. 
  • 맨눈선생님: ?……! 


함께했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에도 여전히 잘 따라주어 고마운 두 후배와 만나 즐겁게 먹고 마시며 겨울 별미를 기약한 다음 [원 데이 앳 어 타임] 보면서 귀가.

그 시트콤에 나오는 주인공의 엄마인 리디아(Rita Moreno)와 건물주 슈나이더를 보며 문득 두 후배가 내게 바라는 모습이 바로 이런 조연의 덕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면에서 주연을 도맡을 나이는 지났음을 인정하고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 좋은 사람들에게 차릴 수 있는 미덕이 아닐는지.

PC통신 시절 이분 ID가 FIDDLER였을 게다. 아이디처럼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좋아했는진 모르겠으나 그가 써서 올린 [우디 앨런, 이 고단한 영혼]이란 글은 생각난다. 내 기억에 왜곡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에 대한 그의 사랑이 여전함은 잘 알겠다.

https://news.v.daum.net/v/20181111090111108
  1. 성질 탓에 갑작스럽게 떠나긴 했지만 후배 동료들이 예상 밖으로 절절한(?) 반응을 보여 얼떨떨. 이직의 결정적 계기가 폭력적일 정도로 안티였던 인간관계 때문임을 상기하자면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 수밖에. 

  2.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배우라 불리던 분이 돌아가셨다. 본명이 강신영이신 걸로 아는 고인은 아버지의 고교 절친이셨다. 앨범 속 두 분은 언뜻 봐도 패거리;;였지만 고인이 데뷔 후 지금껏 절연 상태. 그후 반세기를 훌쩍 넘어 옛 친구의 부음을 방송으로 접한 아버지는 빈소에도 찾아가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셨다고 한다.

  3. 엄군과 두 달만에 회포. 서로 파란만장했던 지난 달을 고하면서 불콰하게 마시고 따뜻하게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