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라는 진통제

"스스로 사고하기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과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사람마다 원래 두뇌의 차이가 있어서, 어떤 사람은 독자적 사고에, 어떤 사람은 독서에 끌리는데, 그 차이 때문에 두 가지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끊임없이 커진다. 다시 말해 독서는 우리가 순간적으로 갖는 정신의 방향이나 기분, 너무나 낯설거나 이질적인 사고를 마치 도장 찍듯 정신에 강요한다. 이때 정신은 전혀 그러고 싶은 충동이 없고 기분이 나지 않는데도 때로는 이것을 때로는 저것을 생각하도록 외부로부터 심하게 강요당한다. 반면에 독자적 사고를 하는 경우 정신은 순간적으로는 외부의 환경이나 어떤 기억에 좀 더 좌우된다 해도 자기 자신의 충동을 따른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환경은 독서와 달리 어떤 특정한 사고를 정신에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천성과 그때의 기분에 맞는 것을 생각하도록 소재와 계기를 제공해 줄 뿐이다. 따라서 용수철에 무거운 짐을 계속 놓아두면 탄력성을 잃듯, 많은 독서는 정신의 탄력성을 몽땅 빼앗아 간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 책이나 덥석 손에 쥐는 것은 사고를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학식을 쌓을수록 사람들 대부분은 원래의 자신보다 더욱 우둔하고 단조로워지며, 그들의 저작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이러한 독서 습관 때문이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홍성광 옮김, 을유문화사, 2023(개정 증보판), p.338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 강유원 [책과 세계] 
"2004년부터 지금까지 제가 읽은 책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만 고전 연속 강의를 위해 읽은 책들은 문자 그대로 격동적인 2017년의 한국과는 무관해 보이기만 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했나 하는 회한이 남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고전을 읽음으로써 생각의 힘이 강해지고 깊어졌으리라고, 별것도 아닌 삶을 살면서 우는 소리를 덜 하게 되었으리라고 막연하게 위안을 해봅니다."
"이 모든 작품들은 뚜렷한 인간상을 드러내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위대한 것인지, 아니 인간으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약간의 위안을 위해서 이 작품들을 손에 잡아본다면 그것이 우리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등장인물에 촛점을 맞추든 시대와 배경이나 사물에 촛점을 맞추든, 문학 텍스트를 잘 읽으려면 균형이 잡혀 있으면서도 강력한 사유의 힘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우리는 이 사유의 힘을 유희(遊戲)라 할 수 있습니다. 유희는 그저 놀이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등장인물의 성격에 눈을 두면서도 그것이 하나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상황에 의해 변화되는 것임을 고려하여 배경과 등장인물을 동시에 봐나가는 종합적 사유의 힘을 가리킵니다. 흔히 상상력이라는 말로 이 힘을 표현하는데, '상상'이란 것은 근거 없는 환영에서 나온 발상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만 할 것입니다.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 텍스트와 추론에 의거하는 철학 텍스트들과는 달리 문학 텍스트에는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것들은 혼란스럽고 난삽한 헛생각을 만들어내기 쉽습니다. (중략) 역사, 철학, 문학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들입니다. 각각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우리는 적절함에 이를 수 없습니다. 인간다움의 참된 이상이 '적절함'이라면, 우리는 이 세 분야의 고전 텍스트들을 고루 읽고 유희함으로써 그것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 강유원 [문학 고전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