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고

16년만에 찾아온 수능 한파라고 언론은 말하지만 매년 수능 때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듯하다. 
가까운 친구들이 잇달아 안부를 묻는다. 그래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하며 노래하나 보다. 
11월은 부음도 많이 듣는 달이긴 하지만, 오늘 접한 비보는 전혀 뜻밖이라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 
답지하는 애도를 보니 고인은 생각보다 유명인사였나 보다. 아니, 실로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고 있었다. 
그가 쓴 책을 사보겠다는 나를 말리며 “언제나 반가운…님 가족께 드립니다.”라고 적은 사인본을 건네던, 나보다 짧은 세월을 나보다 열심히 살다 간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보충 인력이 오지 않아 무상사 부를까 하다가 그냥 있는 인력 가지고 해나간 오늘, 어제보다 바빴는데도 남은 사람들끼리 손발이 척척 맞아 더 나은 결과를 낳아서 보람찬 주말이었다. 이렇게 점점 익숙해져가는 것이리라.

청소 마치고 쉴 때 흘러나오던 [Once upon a time in America], 효군이 건네준 “수고했어”라는 말. 오늘 들은 아름다운 소리였다.

입동 전날인 만큼 올 가을 막바지렷다.
새 일을 시작한 지 달포가 지났다. 찾아와준 지인들이 할 만하냐 물어올 때 늘 “그럭저럭…”이라 답했지만, 핵심인력이 빠졌던 지난 며칠 동안 별 무리없이 해낸 걸 보면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기도 하고.

다만 바쁜 상황이 닥치면 짜증부터 부리니 성정은 아직도 적응 전인 듯. 어제 집으로 급하게 돌아가다가 하마터면 교통사고 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겪고서야 내 마음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범사에 대한 감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