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 earphone


늙어가며 스트레스 받다보니 면역력은 떨어지고 각종 염증이 하나둘씩 나타나는 와중에 외이도염까지 발발. 여태껏 즐겨 쓰던 커널형 인이어는 이제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생애 최초로 오버이어 헤드폰도 구입해봤는데, 귓구멍에 닿지 않더라도 귀 전체를 덮어 습도에 취약함을 알고선 좌절. 귀찌처럼 귓바퀴에 거는 클립형 이어커프가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대안임을 발견하곤 시험삼아 저렴한 제품을 구매해봤으나, 주로 야외나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는 나같은 패턴에게 외부 소음에 답없는 오픈형은 한계가 분명해서 휴대를 포기할 지경이었다. 

이 계통에서 음질로는 Bose가 으뜸이라는 정보에 도박을 감행. 마침 보상판매 행사로 구매하고 들어본 결과, 지난번 보급형보다 확연히 월등한 수준을 체감. 귓구멍도 압박하지 않고 외부 소리도 들려서 오랜 시간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할 일들이 늘어가지만 이렇게 새로운 문물과 만나는 소소한 재미도 있으니, 한탄만 하고 살 일도 아니겠다. 이것들로 요즘 쏠쏠하게 듣고 있는 말러 교향곡 전집만 해도 예전엔 LP나 CD로 구매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구할 수 있는 연주가 제한적이었는데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50년대 모노 명반부터 최신 고음질 녹음까지 두루 접할 수 있으니, 나같은 막귀에겐 지금이야말로 호시절.

희망과 떨림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 된 것이다." 
- 루쉰 단편소설 [고향] 마지막 구절

곡우 무렵 

병을 걱정해주면서도
벗은 자꾸 잔을 채워준다
봄비도 낙화를 걱정해주면서
종일 꽃나무를 적시는지 
- 김보일 [겨자씨의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