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이미 찻잔 하나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찻잔을 만드는 물질은 인간의 육체에 해당해요. 플라스틱 컵이면 플라스틱, 유리컵이면 유리. 우리의 육체도 그 컵들의 질료처럼 우리의 몸뚱이를 이루는 물질인 거예요.
그런데 컵과 그릇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요. 그들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컵의 본질은 무언가 담는 것이고, 무언가 담으려면 비어 있어야 합니다. 컵의 본질은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물질에 있는 게 아니라 비어 있는 성질에 있어요. 비어 있지 않으면 컵에 무엇을 담겠습니까. 아무 역할도 못 해요. 비어 있는 게 그릇의 본질입니다. 그 빈 공간을 '보이드(void)'라고 해요.
그런데 제가 빈 컵에 커피를 따르면 커피잔, 물을 따르면 물잔이 되어 빈 공간이 없어져요. 그러면 이 컵은 더 이상 다른 것을 담을 수가 없지요. 이미 무언가 담겨 있으니 더 담을 수 없어요. 그게 '마인드(mind)'예요. 컵과 그릇 물질 자체는 '보디(body)'입니다. 만약 유리컵이 깨지면 담고 있던 액체도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보디도 마인드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텅 비어 있던 공간, 그것은 어디로 갔을까요. 깨졌나요? 없어졌나요? 아닙니다.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 비어 있는 공간은 저 은하계, 빅뱅이 일어난 저 우주와도 통하고 있지요.
상상해보세요. 우주도 비어 있으니까 우리가 달나라도 가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릇은 보디, 그릇을 채우는 욕망이 마인드. 그릇이 깨지면 담겨 있던 게 다 쏟아지듯, 죽으면 육체도 욕망도 다 없어집니다. 깨지고 쏟아져도 남아 있는 빈 공간, 모든 그릇의 비어 있는 부분, 보이드. 그게 스피릿이에요.
스피릿은 우주의 것이지요. 내가 죽어도 내 안에 있던 우주의 스피릿은 남아 있어요. 그래서 영성이 중요한 거예요. 몸뚱이도 내 것이고 마음도 내 것이지만 영혼만은 내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계속해서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개인과 타인을 구별 지으려고 해요. 무엇이 원인이 되어서 뭔가가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다시 새로운 무엇이 만들어진다고 보는 거죠. 그러나 딱 정해진 근본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불교의 사고방식입니다.
오로지 조건생 조건무입니다. 시작도 끝도 없어요. 단지 조건이 맞으면 생겼다가 조건이 안 맞으면 사라지는 거죠. 마치 손뼉 소리처럼요. 조건이 만들어지면 바로 소리가 나죠. 안 맞으면 바로 없어져 버려요. 세상 모든 게 그런 활동의 한 가지일 뿐입니다.
이게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방식이고 그것을 불교용어로는 공이나 연기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 그런 사실을 잘 파악하고 알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을 중도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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