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탑승을 환영합니다, 필그림 씨.” 스피커가 말했다. “질문 있나요?”  
빌리는 입술을 핥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물었다. “왜 나죠?” 
“정말 지구인다운 질문이군요, 필그림 씨. 왜 당신이냐고? 말이 나와서 이야기인데 왜 우리여야 할까요? 왜 뭐여야 할까요? 그냥 이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호박琥珀에 들어 있는 벌레를 본 적 있나요?” 
“네.” 빌리는 사실 사무실에 문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안에 무당벌레 세 마리가 들어 있는, 광택이 나는 방울 모양의 호박이었다.  
“자, 여기 우리도 그런 거죠, 필그림 씨, 이 순간이라는 호박에 갇혀 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어떤 왜도 없습니다." 

- - Kurt Vonnegut [Slaughterhouse-Five, or The Children's Crusade: A Duty-Dance with Death]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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